
(비전21뉴스=정서영 기자)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26일 용인대학교 무도대학 단호홀에서 교직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 주제는 '1천억 원 이상 초고가 그림들과 화가 이야기'였다.
용인대학교는 '2025학년도 2학기 전체 교직원회의'에 앞서 교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고자 이 시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강연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페르난도 보테로,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외젠 들라크루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프란시스 베이컨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화가들의 삶, 작품에 담긴 예술적 의미를 설명하며 교직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이 시장은 경매시장에서 수천억 원대에 거래된 세계 최고가 미술 작품들을 사례로 들어 작품의 가치와 예술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이 시장은 세계 최고가 미술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를 꼽으며, 이 작품이 경매에서 약 6400억 원에 매매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 작품은 처음에는 10만 원 정도에 거래됐으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가격이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작품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초호화 요트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2019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다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 다빈치 작품전을 열었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살바토르 문디'를 '모나리자' 옆에 전시하자는 뜻을 전했으나 프랑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시장은 전했다. 그는 "해당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나리자에는 필적할 수 없다는 생각 등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1911년 도난 후 2년 4개월 만에 회수된 '모나리자' 사건을 언급하며, 마르셀 뒤샹이 모나리자 엽서에 수염을 그려 넣은 'L.H.O.O.Q', 살바도르 달리가 콧수염을 덧입힌 '자화상 모나리자', 페르난도 보테로의 '12세 모나리자' 등 모나리자를 활용한 다양한 패러디 작품들을 소개했다. 그는 각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사례들을 설명하며 강연에 재미를 더했다.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 중 하나가 공식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비싼 값인 약 2,850억 원에 팔렸다고 이 시장은 밝혔다.
파블로 피카소 역시 모방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담아낸 작품을 많이 남겼다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모방해 그린 '알제의 여인들'의 경우 경매에서 세 번째로 비싼 1억 7937만 달러에 팔렸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모방한 작품이 초고가로 팔린 이유는 피카소가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입체주의 화풍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카소가 모방한 '알제의 여인들'의 원작자인 외젠 들라크루아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낭만주의 화풍 속에 혁명 정신과 자유의 상징을 담고 있다고 이 시장은 소개했다. 그는 "그림 속 인물의 모자는 자유를, 맨발은 신성성을 의미한다"며 "이 모자는 '프리기아 모자'로 고대 로마에서 노예가 자유인의 신분을 얻었을 때 쓰던 것으로 해방과 자유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도 프리기아 모자를 형상화한 마스코트 '프리쥬'가 제작됐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출신 조르주 쇠라는 점묘법 화가로 야수파의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이 시장은 말했다. 쇠라의 1888년작 '모델들, 군상'은 2022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920만 달러에 팔렸다고 소개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에 대한 세가지 연구'는 2013년 1억 4240만 달러에 팔렸다고 이 시장은 언급했다. 그는 "그림에서의 인간 얼굴은 짓이겨진 고깃덩어리 같다"며 "베이컨은 ‘인간은 고통받는 고기다’라며 그가 느끼는 내면의 감정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그렸으며, 교황도 일그러진 모습으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시장은 파블로 피카소에 대해 "14살에 사진처럼 정교한 ‘첫 영성체’라는 사실주의 그림을 그릴 정도로 천재였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 입체주의를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버려진 자전거 핸들과 안장을 조합해 만든 조각품 ‘황소 머리’를 선보이는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쳤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고가의 작품에 이름을 올린 피카소의 '시계를 찬 여인', '꽃바구니를 든 소녀',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 '창가에 앉아있는 여인', '꿈', '꽃이 있는 자클린의 초상', '키스', '아비뇽의 아가씨들'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세잔은 사과로 세계를 정복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이 시장은 말했다. 그는 "세잔의 사과 정물 그림엔 한 시점에서만 보는 것을 그린 걱 아니라 위, 옆, 정면 등 여러 시점을 한 캔버스에 담은 것들이 있어서 입체주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나무, 집, 호수 등을 그리면서도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을 한 캔버스에 담아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를 불러일으켰다고 이 시장은 소개했다. 그는 마그리트의 연작 중 하나인 '빛의 제국'이 경매에서 1700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 경매 기록을 가진 작품은 김환기 화백의 '우주'로, 2019년 약 132억 원에 거래됐다고 이 시장은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은 가로 254cm, 세로 254cm의 대형 점화로 수많은 점들이 우주의 무한한 공간을 느끼게 하는 데 한국 추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박수근, 이중섭 등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유명 작품들이 경매에서 몇십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많지만, 김환기 화백 작품들은 사이즈가 상당히 커서 경매 기준으로 한국에서 비싸게 팔린 그림 1~10위까지 모두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이 시장은 말했다. 다만 비공식 거래 기준으로 한국에서 제일 비싸게 매매된 그림은 박수근 화가의 '나무와 두 여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작고한 이건희 회장이 150억원에 사서 리움미술관에 기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컬렉션 중에는 피카소의 '시계를 찬 여인', '도라 마르의 초상',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곡물 시장',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 등이 있다고 이 시장은 소개하며 해당 작품들의 사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