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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음악은 선물입니다" — 테너에서 지휘자로, 강성구의 두 번째 음악 인생

이탈리아 국제콩쿨 우승, 100여 회의 협연을 뒤로 하고 지휘봉을 든 테너. 혼자 빛나는 무대 대신 수십 명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길을 택한 합창 지휘자 강성구를 만났다.

 

"음악은 무대 위에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객석에 앉은 사람의 가슴속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비전21뉴스=정서영 기자) 테너로서 이탈리아 고메즈 국제콩쿨에서 1위를 차지하고, 러시아 국립교향악단과 100여 회의 협연을 소화한 성악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솔리스트로 살아온 그가 어느 순간부터 지휘봉을 들기 시작했다. 혼자 빛나는 무대 대신, 수십 명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더 크게 빛나게 하는 자리를 택한 것이다.

 

합창 지휘자 강성구. 지금 그는 전문 성악가 합창단부터 기업 사내합창단, 지역 여성합창단, 교회 성가대까지 — 성격도 수준도 다른 여러 단체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무대가 다르고 단원이 다르고 기대가 달라도, 그의 목표는 언제나 하나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네는 것.

 

스포트라이트를 홀로 받던 테너가, 이제는 모두의 빛을 모아주는 지휘자로 서 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01 — 풍성한 가을을 향해

 

Q1 산림조합 홍보대사, 한샘 사내합창단, 용인시 행복한 여성합창단, 예인교수앙상블 등 다양한 단체를 이끌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요즘 어떤 마음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가을 정기연주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여러 단체를 이끌고 있는 지금 이 시기는, 농부가 추수를 앞두고 논밭을 돌보듯 풍성한 열매를 준비하는 때입니다. 많은 단체들이 일 년을 준비해 가을 무대 위에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음악으로 선물을 드립니다. 그 순간을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02 — 오페라의 나라에서 쌓은 것들

 

Q2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비발디 국립음악원을 비롯해 보체누오바, 피오렌주올라, 베르첼리 아카데미까지 — 참 긴 여정이었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화려한 오페라 무대를 동경해 왔습니다. 유학을 나갈 때 여러 지역의 선택지가 있었지만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를 택한 이유도 바로 그 꿈 때문이었죠. 안토니오 비발디 국립음악원을 시작으로 보체누오바, 피오렌주올라, 베르첼리 아카데미까지 — 각 기관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과 해석을 접하며 음악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귀국 직후에는 대학로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장기공연했는데, 넓은 공연장의 화려한 무대에 익숙했던 저에게 작고 친밀한 공간에서의 공연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음악과 관객이 직접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Q3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뮤젠 오케스트라 등 100여 회 이상의 협연을 하셨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어떤 것이었나요?

 

100여 회의 무대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감동을 남겼습니다. 러시아 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은 규모 면에서도, 음악적 긴장감 면에서도 특별했습니다. 뮤젠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에서는 국내 연주자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섬세함이 인상적이었고요. 남양주시립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다양한 협연 모두가 저라는 음악가를 조금씩 다르게 성장시켜 준 무대들이었습니다.

 

 

03 — 테너에서 지휘자로

 

Q4 고메즈 국제콩쿨 1위, 브람스 국제콩쿨 2위 등 화려한 입상 경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테너에서 지휘자로 전환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테너로 활동한다는 것은 관객에게 기쁨을 주는 보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한정된 무대, 치열한 경쟁, 그리고 성대라는 신체 조건에 종속된 짧은 활동 수명 — 이런 이유로 많은 성악가들이 지휘자로 전향하곤 합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합창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돌이켜 보면 성악에서 쌓은 호흡과 발성, 음악적 감수성이 지휘자로서 단원들을 이끄는 데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러운 기회로 합창 지휘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04 — 지휘자의 소통과 리더십

 

Q5 이탈리아 유학 시절과 비교했을 때, 한국 클래식 음악 환경에서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는 문제죠. 클래식 음악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에는 음악가들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설 있는 음악회'로 어렵다는 인식을 낮추고, '찾아가는 음악회'로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중화장실과 지하주차장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뿐일 겁니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지금까지 클래식의 명맥을 이어오게 한 힘이 아닐까요.

 

Q6 기업 사내합창단, 지역 시민합창단 등 비전공자 단원들이 많은 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님만의 소통 비결이나 리더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든 합창단은 저마다의 목적으로 결성됩니다. 지휘자는 그 목적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뜻에 맞게 이끌어야 합니다. 연령도 다르고 수준도 다른 단원들을 위해 선곡, 지도 방법, 연습 시간, 집중도를 지혜롭게 조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그들의 색깔을 빛나게 해 주는 것 — 그것이 지휘자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05 — 클래식, 어떻게 대중과 만날까

 

Q7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인으로 오래 활동하면서 대중과 함께하려면, 지역사회나 기업의 어떤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클래식 음악은 서양 문화에서 비롯된 만큼, 그 정서와 감수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까지는 일정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가사가 있는 성악곡은 더욱 그렇고요. 결국 질 높은 공연을 자주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기업과 지자체의 지원입니다. 연주자가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음악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닿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클래식 마니아층을 두텁게 만들고, 결국 관객이 스스로 연주장을 찾아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06 — 앞으로의 꿈

 

Q8 음악감독·지휘자·성악가로서 앞으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무대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현재 크게 세 부류의 합창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성악을 전공하고 유학을 마친 후 귀국한 성악가 선생님들로 구성된 전문 합창단,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아마추어 여성 합창단, 그리고 교회 성가대입니다.

 

각각 수준도 다르고 색깔도 달라서,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앞세우기보다 각 단체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최대한 돋보이게 해 주는 것 — 그것이 지휘자로서 제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20·30대 젊은 합창단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도 합창이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인지 느끼게 해 주고 싶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20·30대 젊은 합창단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도 합창의 묘미를 느끼게 해 주고 싶고, 젊은 세대와 클래식의 접점을 만드는 일이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다음 챕터입니다."

 

07 — 청년들에게 건네는 말

 

Q9 독자들, 특히 음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부모님 세대는 클래식 음악을 동경했지만, 주변에 전문가도 없었고 레슨비도 너무 비쌌습니다. 음악의 문이 너무 좁았던 거죠. 지금은 배울 곳도 많아지고 환경도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엔 젊은이들이 클래식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어렵고 딱딱한 음악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언어로서의 클래식 — 그 문이 청년들에게 활짝 열려 있기를 바랍니다.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 젊은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강성구 프로필

테너 · 합창 지휘자 · 음악감독


■ 학력

이탈리아 안토니오 비발디 국립음악원 디플롬
보체누오바 · 피오렌주올라 아카데미 졸업
베르첼리 아카데미 수료

■ 수상

고메즈 국제콩쿨 1등
브람스 국제콩쿨 2등 외 각종 대회 수상

■ 연주경력

오페라 굴뚝소제부, 디도와 에에아스, 라보엠, 돈파스콸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봄봄, 사랑의 묘약, 마술피리 등 주역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 뮤젠 오케스트라 · 남양주시립 오케스트라 협연 등 100여 회 연주

■ 현재 활동

예인교수앙상블 지휘자
앙상블포유 음악감독
용인시 행복한 여성합창단 지휘자
남성성악가 보헤미안 싱어즈 단원

■ 주요 경력

한샘(주) 사내합창단 한울림 상임지휘자 역임
산림조합 홍보대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