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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비명록 출간, 한국 근현대사 비문으로 재조명

100년 역사 담은 비문 통해 삶과 죽음의 사회적 의미 되살려

 

 

(비전21뉴스정서영 기자) 망우인문학회가 한국 근현대사를 비문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기록 인문서 『망우리비명록 – 한국 근현대가 여기 있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비석과 그에 새겨진 글귀를 현장에서 직접 조사해 기록유산으로 보존하고, 20세기 한국 사회의 격동기를 살아낸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1933년 개장해 1973년 폐장한 망우리공원(옛 망우리공동묘지)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에 이르는 격변의 시대를 관통한 인물들이 잠든 공간이다. 저자 김영식, 한철수, 조운찬, 김금호 등 4인의 연구자는 십수 년간 약 6천기의 무덤을 현장 조사하며 비문 속 흔적을 복원했다. 이들은 “돌보다 종이와 디지털 기록이 더 오래 남는다”며 “종이 위에 새로운 ‘비’를 세우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은 독립운동가에서부터 무명의 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군을 네 개 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1부 ‘그와 나 사이를 걷다’에서는 안창호, 한용운, 오세창 등 항일 독립운동가들과 13도창의군탑을 통해 항일 역사의 흔적을 살핀다. 2부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는 김영랑, 박인환, 함세덕 등 예술가들의 비문을 통해 문학과 예술사의 흐름을 재조명한다. 3부 ‘모든 삶은 누군가에게 기억된다’에서는 국채표, 지석영, 김분옥, 조봉암 등 근대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통해 ‘최초’와 ‘선구’의 의미를 탐구한다. 마지막 4부 ‘그대 넋 우리와 함께 있으니’는 이름 없이 떠난 서민들의 짧은 비문에 담긴 보편적 죽음과 시대적 슬픔을 담담히 기록한다.

 

성균관대 임형택 명예교수는 “지난 20세기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고 평가했으며, 언론인 김창희는 “볕 좋은 날 『망우리비명록』을 들고 자신의 비명을 찾아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은 사라져가는 비석과 비문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최초의 기록 인문서로 평가받는다. 방대한 현장 조사에 기반해 원문과 해설을 함께 수록했으며, 독립운동사·예술사·근대화 과정을 한 공간에서 읽히도록 구성해 입체적인 역사서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무명의 서민까지 포함하는 포용적인 근현대사 복원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자들은 각기 망우리공원 연구와 문화 활동에 깊이 관여해왔다. 김영식은 망우리공원 연구 선구자로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망우리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철수 시인은 구리 수택동 출신으로 구지옛생활연구소를 운영한다. 조운찬 전 경향신문 베이징특파원은 현재 망우리연구소 회원이며, 김금호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처장으로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망우리비명록 – 한국 근현대가 여기 있다』는 파이돈에서 출간되었으며, 판형은 135×215mm 무선 제책으로 총 460쪽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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